시와 자기구원의 문제 : 한하운의 경우
초록 (Abstract)
시인은 본래 삶의 고통과 결핍을 원체험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고 볼 때, 무엇이 삶의 근원적 고통이며, 무엇이 그 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근원적인 구속성 속에서 성찰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는, 시인 개인의 삶이 처한 동시대적인 환경의 문제보다는 실존적인 상황에 크게 연관되는 사항이다. 즉, 개인적 고통의 특수성이 시대적인 맥락에서 광범위하게 설명되는 것보다는 숨겨진 개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인과정이 좀더 깊이 있는 시적 울림을 가져올 것으로 여겨지지 때문이다. 동일성 회복에의 갈망이, 존재의 구속성을 너머서는 길찾기의 치열함과 아울러 자기구원의 문제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 전후시인 가운데 한사람이 한하운이다. 한하운(1919~1975)의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과장에 대하여 경계할 필요성을 느낀다. 하나는 그가 천형의 형벌이라고 불리는 나병환자였다는 전기적 사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그의 개인적 불행이 종종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불행과 맞닿아 있어 좀더 서정적 비애를 가져온다고 보는 관점이다. 사실 이 두가지는 대척점에 위치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의 관점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기는 매우 힘들다. 한하운이 나병환자였다는 것은 그의 몫의 불행이라고 하겠지만, 시인은 누구나 자기가 감수해야할 고통스러움을 갖고 있는 법이다. 남는 것은 작품의 문제라고 쉽게 말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지상에 유배된 존재의 뒤뚱거림이 갖는 보편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시를 이야기 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배된 시인이 불완전성은 곧 우리들의 그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